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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향
향수를 즐겨 뿌리는 타입은 아니지만 가끔씩 아침의 향을 담은 향수가 있었으면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 향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할 수 없다. 철저히 혼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인지도 무척 궁금하지만 아무튼 이른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아침의 향을 맡게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도시보다는 시골로 갈수록 이 향의 깊이는 깊어지는 것 같다. 과거 나에게 아침의 향기는 근면 성실함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이른 아침에 일을 시작하고 남들보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무척이나 단순하고 반복적 일상은 금세 지루해져 갔다. 한번 그 생활에 익숙해지면 쉽사리 새로운 도전을 하기 힘들어진다. 잘 짜인 하루 스케줄을 소화하고 나면 또다시 하루가, 한주가 지나간다. 눈 깜짝할 사이..
2021.01.03 -
얼리버드
편하게 늦잠을 자도 되는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컴퓨터를 켰다. 전날 무슨 이유인지 일찍 잠이 들었다. 아마도 피곤했겠지… 덕분에 해가 뜰 무렵 일어나버렸다. 동향으로 난 창문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무차별 공격 퍼붓고 있다. 또다시 잠이 들 것 같지 않아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 포트에 물을 끓였다. 선물로 받은 것인지 사 온 것인지 모르지만 수북하게 쌓인 믹스커피들이 아직 많이 남았다. 진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정신이 번쩍, 때마침 좋아하는 노래도 플레이되고 따뜻한 햇살도 커튼 틈과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방안에 오랜만에 온기가 돈다. – 얼리버드가 된 일요일 2020년 3월 22일
2021.01.03 -
인생예보
일기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침부터 먹구름이 가득 하늘을 뒤덮더니 강한 바람이 불고 처마 밑으로 굵은 빗줄기가 두둑 두둑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내 사람들은 발길을 재촉하며 어디론가 쏜살같이 사라져 간다. 나의 일상은 변함없이 지루하기만 하지만 자연은 오늘도 조금씩 조금씩 자신들의 속도로 변화를 가져가고 있다. 건조하게 말라가던 땅과 그 위에 뿌리를 내린 생명체들은 오늘 내리는 단비를 자양분으로 싹을 띄우고 꽃을 피울지도 모르겠다. 언제 바다에 들어간 지 기억을 하지 못할 정도로 오래되어 내 몸은 건조해져만 간다. 틀려도 좋으니 내 삶을 예측할 수 있는 인생 예보가 있으면 좋으련만. – 그사이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하늘은 맑아졌다. 2020년 3월 15일
2021.01.03 -
SURFONION
서핑의 시작 S.U.R.F 알파벳만으로 나의 가슴은 충분히 벅차오른다. 알 수 없는 서핑에 매력을 아무리 설명을 하려고 하지만 이 스포츠는 분명 몸이 아닌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것인가 보다. 자연이란 그런 것 인가? 때론 어머니의 품같이 때론 아버지의 느낌으로… 난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서핑을 이야기 한다. 왜냐하면 결단코, 결단코 그들은 서퍼의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또한 항상 F.R.E.E 외쳐대며, 자연의 중요함과 쯧쯧. 결국 현실로의 도피처 일 수 도 있다. 대부분의 서퍼들이 그러하듯이, 처음엔 나 역시 멋진 화보 속의 주인공처럼, 아마도, 사진 속, 서퍼들의 모습을 동경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 삶이 180도 달라지고,..
2021.01.02 -
상실감
알다가도 모를 세상. 싱가포르 입국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정확히 따지면 5일. 하지만 싱가포르 여행은 벌써 2주 전 취소했다. 항공권만 빼놓고… 코로나19. 아니 우한폐렴 출현으로 여행과 관련된 일정이 모두 취소되었다. 강행하기엔 상황이 너무나 안 좋다. 항공권의 경우 날짜 변경보다 취소 수수료가 적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며 취소 수수료 역시 항공사마다 제 각각이다 보니 출발 전날까지 취소를 하지 않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까지 되어버린 것이다. 누구의 잘못이라 탓 하순 없겠지만 항공사들의 불공정약관은 도가 지나친다. 여행자의 손해는 결국 항공사의 손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인가. 눈앞에 보이는 손해만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소비자를 생각하는 항공사가 없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오늘..
2021.01.02 -
저스트고 말레이시아
작년부터 시작된 말레이시아 취재가 마무리되고 개정판 작업도 무사히 끝이 났다. 오랜 기다림 끝에 카카오프렌즈 라이언 캐릭터로 표지를 갈아입고 저스트고 말레이시아 2020-2021이 출간이 되었다. 정통 가이드북 표지가 아무래도 익숙하지만 스페셜 에디션인 만큼 이번엔 귀여운 캐릭터로 작업이 되었다. 배경으로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와 KLCC 공원, 국립 모스크가 처리되었고 음료를 마시는 라이언과 야자수 잎을 들고 그늘을 만들어주는 콘이 그려져 있다. 야자수와 선글라스, 스카프의 패턴이 열대 남국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여행 가이드북 시장이 예전보다는 힘들어졌지만 그럼에도 작가, 편집자, 출판사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원고를 다듬고 사진을 고르고 교정을 보다 보면 언제 끝이 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
2021.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