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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즈다운
하루 단 한 번, 이렇게 해가 저물어 가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여행 중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아침 해가 떠올라 본격적인 열기를 분출하기 전까지 나는 최대한 많이 걷고 걸으려고 노력한다. 해가 중천에 뜨면 잠시 쉼터로 돌아와 해를 피하고 오후 무렵 저무는 해를 찾으러 다시 밖으로 기어 나온다. 여행 내내 숨바꼭질을 하듯 숨기와 찾기를 반복하며 하루를 보낸다. 엄청난 인파와 더위 속에서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었던 주말을 보내고 맞이한 월요일의 믈라카. 오늘만큼은 태양도 잠시 숨을 고르는지 아주 천천히 저물어 간다. - 9월의 월요일 믈라카에서 2019년 9월 2일
2020.12.30 -
사파리 노예
한동안 스마트폰 걱정 없이 살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용량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늘어만 가는 사진과 동영상의 압박 속에서 매일 반복적으로 삭제를 시도. 하지만 이마저도 어느 순간 여의치가 않아졌다. 게다가 부주의로 인해 디스플레이 액정까지 여기저기 금이 가고 나니 더 이상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생겼다. 새로운 폰으로 바꾸어야 하는 상황. 오매불망 눈팅만 하다가 드디어 찾아낸 아이폰. 하루 온종일 씨름을 하다가 결국 겟! 엄청난 용량에 당분간 걱정은 하지 않을 듯. 2019년 6월 29일
2020.12.30 -
161번 국도
아침부터 갑작스레 떠오른 더 다타이(The DATAI)의 기억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어떤 연관도 없이 뜬금없이 떠오른 것인데 이럴 때면 무척 난감하다. 결국 당시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사진을 찾았다. 그때는 따뜻한 남국의 열대 기운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드라이브를 즐기던 날이었다. 해외여행을 가서 렌터카 몰고 어디론가 다니는 것은 무척이나 낭만적이라고 생각되는데 복잡한 도심 속에선 쉽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몇몇 나라는 여행을 할 때마다 차를 빌려 다니게 된다. 말레이시아 ‘랑카위’, 일본 ‘오키나와’, 대만 ‘펑후’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오늘은 말레이시아 랑카위를 여행하던 그때가 떠오른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랑카위 북서쪽에 위치한 더 다타이 리조트로 가던 그 길, 그리고 그곳에서..
2020.12.30 -
추리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혀 있는 선셋 바 설명 하나로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해변 쪽에 위치하고 있는 레스토랑 겸 바로 바다 풍경을 감상하면서 느긋하게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름처럼 매일 오후 해 질 무렵 가장 멋진 선셋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로 사랑받고 있다. 피자와 같은 가벼운 식사 메뉴와 고운 빛의 칵테일을 즐기며 멋진 풍경을 누려보자.’ 그런데 도무지 어디인지 모르겠다. 똑같은 상호의 비치바는 동남아시아 전역에 있는데 어디였을까? 정확한 날짜도 알 수가 없다. 선셋이 아름답다는 것으로 유추해보자면 코타키나발루나 보라카이가 아닐까? 그런데 느긋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고 한 걸 보니 유명 관광지는 아닌 것 같다. 어딜까. 미치겠다. 혹시 시판돈인가. 두줄 가량 되는 단서를 가지고 추리를..
2020.12.28 -
사전답사
머나먼 이국으로 떠나기 전 여행 책자를 통해 미리 보기를 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구글 지도를 이용해 사전 답사를 하곤 한다. 특히나 처음 방문하는 곳이라면 구글 지도를 축소, 확대, 이동해 주변을 샅샅이 뒤지곤 한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으면 저장해 놓는다. 현지에 도착해서 여행을 하다 보면 미리 점찍어둔 곳 중 반에 반도 못 보고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계획대로 저장해 둔 장소에 방문했다면 아이콘이나 색을 바꾸고 간단히 기록도 남겨둔다. 그렇게 저장해 둔 스폿 정보들이 시간이 흐르고 방문에 방문을 거듭하면 결국 빼곡하게 채워진다. 2019년에는 어디로 떠나야 할지 오늘도 하루 종일 구글 지도를 펴놓고 고민 중이다. - 구글맵을 켜놓고 2019년 1월 5일
2020.12.28 -
오가닉 여행
스웨덴 친구들의 농담 섞인 대화 속에서 튀어나온 ‘오가닉 여행’, 사전적 의미와는 다르겠지만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기계적인 오류가 아니고서는 웬만해서는 길을 잃을 일도 없는 요즘이다. 불과 몇 년 전이라고 이야기하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종이 지도를 펴고 길 이름을 보고 또 보며 여행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뭐… 여전히 구글 지도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오지 아닌 오지도 있지만.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비해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나 고생한 기억이 별로 없다. 인터넷이 귀하던 시절에는 매일매일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났고 그것은 바로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되곤 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앞으로 다가올 여행은 스마트폰보다 책을 더 많이 보기로 말이다. - ..
2020.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