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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365일 서핑도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가만히 호텔 방에서 쉴 수 있는 여행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과 대만도 우선순위지만 일본은 물가가 비싸서 장기 체류가 부담스럽고 대만은 아직 빗장이 풀리지 않아서 패스. 호주와 뉴질랜드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고 땅 덩어리가 너무 커서 어느 한 곳 목적지를 장하기가 어렵다. 물론 체류비도 상당. 그렇기에 발리밖에 없다. 발리 머물면 호주나 뉴질랜드를 가볍게 다녀올 수도 있고 여차하면 주변국 예를 들면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까지 비자 연장을 핑계로 호핑투어를 만끽할 수 도 있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중간쯤, 어디든 갈 수 있고 항공편도 다양하니 옵션이 많다. 장기 체류도 걱정 없다. 체류 비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서핑도 할 수 있으니.
2022.04.09 -
재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은 잠시 내려놓게 되었다. 이제는 직장인이 되어 열심히 뺑이치고 있다. 휴일과 월급날을 기다리면서. 지난 10여년간 단절되었던 사회생활 경력을 다시 이어보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나이 많은 신입은 어디에서나 반가운 대상이 아니다. 누군들 이런 상황이 좋기만 하겠냐. 프리랜서 여행작가라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삶이 정규직 직장인이 되어 여러모로 안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국민연금도 되살아 나고 건강보험료도 오르고 연말정산도 해야 한다. 무작정 반가운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회복된 일상. 그런데 자꾸만 떠나고 싶어지는 이유는 뭘까? 격리 면제, 출입국 규정, 항공노선과 관련된 각종 뉴스를 볼 때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 과연 이곳인지 궁금해진다. 또다시 불안한 상..
2022.03.22 -
봄
하루에 만 보를 넘어 2만 보 아니 3만 보 가까이 걷고 있다. 매일 밤 근육통에 시달리고 이곳저곳 성한 곳이 없다. 언제부턴가 진통제, 파스를 달고 살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는 요즘이다. 날씨도 추워 몸은 자꾸만 움츠려 들기만 한다. 빨리 봄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기만 하다. 항상 추울 것 만 같은 알래스카에도 봄은 찾아온다. 짧지만 봄이 찾아오면 하루 해가 길어지고 길가에는 꽃도 피어난다. 온도가 올라 따뜻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짧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알래스카의 봄을 떠올리면 지금의 힘겨움도 참을 수 있게 된다. 조금만 참자, 내 인생의 봄도 곧 찾아올 테니까.
2022.03.19 -
카페인
하루 세 번 마시는 커피,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하기 전에 마시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열심히 노동을 하는 중간에 마시는 믹스. 퇴근 후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 헤이질럿 라떼. 가끔은 바닐라, 돌체, 카페 라떼...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나만의 루틴처럼 반복된다. 하루 세 번의 카페인의 힘으로 그나마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루 세 번, 밥을 먹지 않아도 커피는 마시는 요즘.
2022.03.04 -
휴게소
대로변에 위치한 한가로운 아니 운영이 되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요한 휴게소. 휴게소라는 간판이 없었더라면, 갈려고 했던 식당이 휴무일이 아니었더라면,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을 제대로 찾아들었다면, 확률적으로 이곳을 일부러 찾아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예정된 도착시간보다 훨씬 지체된 상황, 늦은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기 위해 찾은 휴게소. 주차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을 찾은 가장 큰 이유였다. 아무튼 우연의 연속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곳이다. 바다 풍경과 자장면 맛은 거기서 거기라지만 바다가 보이는 코 앞자리에서 자장면을 먹을 수 있는 경험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곳에서 나는 단돈 5000원에 짜장면을 먹으면서 지겨울 정도로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주문한 자장면이 나오기 전까..
2022.02.21 -
20분
당직의 연속, 육체적 + 정신적 피로감이 늘어간다. 오후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이 아닌 가까운 바다가 보이는 카페로 직행, 잠시 몸도 마음도 쉬어본다. 복잡한 서울에서 차로 20분, 제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항상 그 자리, 도심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조금 다르다. 차로 20분 달려오니 드넓은 바다가 나타난다. 행복이란 게 별 것 없나 보다. 멍하니 창밖으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잔. 동네에서 마시는 커피보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바다를 보는 값을 따져보면 조금 사치를 부려도 될 것 같다. 저 멀리 멀어져 가는 하루 해, 나의 하루도 조금씩 저물어 간다.
202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