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티트립(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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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머리 위로 살랑이던 바람의 감촉이 살 끝에 전해진다. 멈춰있던 모든 것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춤이라도 추게 할 모양이다. 남태평양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은 하루 종일 뜨거웠던 몸과 마음을 식혀주기 충분하다. 망망대해 한가운데 서 있던 배는 그토록 기다리던 바람을 만나자, 이내 감춰뒀던 닻을 올려 항해를 시작한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바다를 벗 삼아 그물 해먹에 몸을 기대어 앉아 바람을 마주해본다. 이글거리던 태양은 구름 뒤에 숨어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작은 솜털 구름들은 서로서로를 의지해 뭉게구름으로 만개하고 있다. 바다는 바람이라는 친구를 만나 신나게 춤을 추고 순풍을 만난 리프앤디보어호는 전속력으로 항해 중이다. – 남태평양 야사와 군도에서 2016년 2월 10일
2020.12.17 -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아주 짧은 휴가가 주어진다면 떠나고 싶은 곳. 진짜로 여행을 하고 싶은 곳이다. 그런데 뭐가 이리 어려울까? 그냥 훌쩍 다녀오면 될 것 같은데 망설여지는 이유는 뭘까? 주저주저하는 사이 아까운 시간만 흘러간다. 사진 속 포르투갈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점점 더 멀어져만 가고 있다. 일 년이란 시간을 보내는 게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걸 알지만 밤이면 밤마다 그곳에서의 시간을 꿈꾼다. 스스로와의 타협을 통해 적당한 선에서 선택을 해야 할 것 같다. 2016년 1월 25일
2020.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