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티트립(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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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
올해도 어김없이 새 운동화를 구입했다. 무슨 세일이었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단돈 만원에 득템을 했다. 여행을 하면서 일 년에 내가 소비하는 운동화는 약 2~3켤레 정도. 언제부턴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함께 고생한 운동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서 사진을 남기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는 강박인지는 모르겠지만 구입하는 운동화는 죄다 반스 에라( VANS ERA) 모델이다. 10대 때부터 신기 시작했으니 정말 오랫동안 한 브랜드만 신어 온 셈이다. 덕분에 신발을 살 때 고민할 일이 별로 없다. 달고 달은 운동화를 보면 그 신발을 신고 여행을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내년에는 새 신을 신고 어딜 갈지 벌써 설렌다. 그나저나 사랑하던 서핑 잡지는 갈수록 퀄리티가 떨어진다. - 새로 구입한 반스 에..
2020.12.27 -
계륵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기록하고 사진을 찍느라 제대로 된 여유나 여행의 낭만을 느끼기 어렵다. 분신처럼 붙어 다닌 무거운 카메라도 여행이 끝나면 먼지가 쌓이도록 휴업 모드로 돌입한다. 오랜만에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배터리도 다 닳고 메모리카드로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여행의 기억을 되살려 찾고 나니 셔터 박스가 말썽이다. 그러고 보니 베트남 중부 지역 취재 때 셔터 박스 때문에 사진을 찍지 못했던 기억이 났다. 남대문으로 보내야 할 것 같다. 이참에 카메라를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무겁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조금씩 사용빈도가 낮아지고 있는 나의 DSLR. 계륵이 될 판이다. 요즘에는 스마트폰과 작은 사이즈에 고성능을 자랑하는 하이엔드 카메라를 자주 사용하게 된다. 언제 사용할지 모르는 삼각대..
2020.12.27 -
저스트고 베트남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베트남 취재를 시작한 것이 2016년 이맘때니 말이다. 출판사와 나 모두가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었던 책이었다. 덕분에 긴 호흡으로 베트남을 마주할 수 행복했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의 길고 긴 작업을 별 탈없이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다. 마지막 교정과 저자 프롤로그를 보낸 지 3주가 흘렀고 드디어 책이 나왔다. 더뎠지만 결국 나왔다. 그 사이 박항서 축구 감독과 각종 TV 방송 프로그램 덕분에 베트남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높아진 인기만큼 책도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발리, 말레이시아, 라오스, 베트남.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할까? 책이 나오니 또다시 행복한 고민에 빠져든다. - 따끈한 신간을 받고서 2018년 12월 2일
2020.12.27 -
프롤로그
자유와 개방의 물결로 격변하던 시기에 찾았던 베트남은 왠지 모르게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졌지만 변 화의 바람과 함께 나날이 성장해 가고 있는 최근의 베트남은 예전과 달리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전쟁의 아픔을 이겨 내고 오늘도 부지런히, 억척같이 하루를 보내는 베트남 사람들. 때로는 미지의 세계처럼, 때로는 가까운 이웃사촌처럼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베트남을 소개합니다. 여행지로서 베트남은 정말 특별합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지역마다 기후는 물 론 사람들의 기질과 음식, 문화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세련된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는 호찌민을 여행하다가 고원 지대의 달랏으로 가면 같은 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게 맞나 싶을 만큼 사람들의 모습과 풍경 이 달라지고, 푸른..
2020.12.26 -
비 내리는 오후
종일 내리는 비를 피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두커니 턱을 괴고 창 밖 풍경을 바라보기 좋은 날이다. 우산을 쓰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쏜살같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질주하는 차량들. 한참 동안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자니 갑작스레 고향이 생각난다. 비는 이상하게도 떠나온 한국을 떠올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래서일까, 비가 내리는 날이 싫다. 하지만 요즘처럼 무더운 더위가 계속되는 날에는 이렇게 내려주는 비가 반가울 따름. 더위도 식혀주고 고향 생각, 집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니 오늘 비는 고맙다. 뜨거웠던 커피도 다 식어버리고 카페 안에 사람들도 하나둘 떠날 채비를 한다. 나도 슬슬 일어나야겠다. – 비 내리는 달랏 2018년 6월 3일
2020.12.26 -
ADIEU 2017
다시금 돌아온 일상. 한 달가량의 열중 모드에서 잠금 해제가 되었다. 달달한 믹스 커피 한 잔을 주고받으며 친구와 밀린 수다도 떨고 항상 작업하던 아이맥 앞에서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2017년도 어느덧 끝자락이다. 2016년 말부터 시작된 베트남 취재가 비로소 끝이 나고 이제는 정리만 남았다. 올 한 해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쁘다. 내년에는 일과는 상관없는 진짜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술술 풀렸으면 한다. – 나 만큼이나 고생한 운동화여, adieu! 2017년 12월 29일
2020.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