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0. 3. 13:53ㆍDESTINATION/Japan
일본은 뭐랄까. 전술이 참 대단한 나라다. 촘촘하고 탄탄하게 짜인 이들의 전술에 걸리면 쉽게 헤어 나올 수 없게 된다. 축구 전술이 아니라 여행지를 키우고 그 안에 상업적인 요소를 배치하는 홍보의 기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내가 혹은 우리가 찾는 일본의 도시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고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가 존재한다.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의 효과일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웬만해선 쇼핑을 하지 않는 내 캐리어에 데님 셔츠가 하나 담겨 있었다.

About Kurashiki by Kim Nak Hyun
Published on 4th October 2026

이번 여행의 출발 점은 오카야마다. 대한항공 광고 속 이미지 하나가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한다. 아무튼 오사카에서 오카야마로 신칸센을 타고 이동, 워낙 짧은 시간에 도착이라 아직 체크인도 하기 전이라 오카야마역에서 하쿠비선(伯備線, Hakubi Line)을 타고 구라시키로 향했다. 운임은 330엔, 소요 시간 17분!

하쿠비선은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역과 돗토리현 요나고시를 연결하는 JR 서일본 철도 노선이다. 노선 길이라 138km에 달한다. 참고로 오카야마역에서 구라시키역까지는 환승 없이 한 번에 도착했다. 구라시키 여행 후 오카야마로 돌아올 때 역시 해당 노선을 이용하게 된다.

구라시키역에서 하차, 오른쪽에는 아웃렛이 있고 왼쪽으로는 오늘 여행의 목적지인 미관지구가 자리한다. 화창한 날씨. 아웃렛 풍경이 사뭇 이국적이다.

아리오 아웃렛을 등지고 바라본 구라시키역 북쪽 출구. 청록색 컬러의 지붕과 붉은 벽돌의 조화가 흥미롭다.

미관지구로 가기 위해 구라시키역 남쪽 출구로 나왔다. 화창한 날씨가 기분은 좋지만 은근히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역 주변은 백화점과 상업 시설이 조금 있다. 소박한 일본 소도시 풍경이다.

구라시키역 통로에서 관광 안내도를 하나 집어 들었다. 여전히 종이에 그려진 지도가 남아있다. 아날로그 감성 가득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종이 안내도를 가지고 여행을 할까 싶지만, 이 지도 안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스마트 폰에 저장된 구글지도는 최단 거리, 동선으로 길을 안내해 준다. 따라서 구글 지도로 미관지구를 목적지로 찍으면 대부분 큰길(구라시키 주오도리 도로)을 따라 걷게 된다. 하지만 관광 안내도를 따라 걸으면, 에비스 도리, 혼도리 도로 등 볼거리 가득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구글 지도의 편리함 속에 작은 아쉬움도 있다. 작은 종이 안내도 덕분에 마음에 드는 사진도 담았고 더위도 피할 수 있었다. 빠른 길을 택했다면 땡볕으로 걸어야 했지만 지붕이 덮인 아케이드 거리를 걷게 되어 더위까지도 피할 수 있었다.

거리 가득 데님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앞서 말한 잘 짜인 전술이 시작되었다. 데님, 데님, 데님, 내가 데님을 한 조각이라도 걸치고 않은 것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늘색만큼이나 다양한 데님 컬러. 하긴 아주 오래전엔 나도 리바이스 501에 열광하던 때가 있었다. 뭐... 그렇게 나의 데님 시대는 끝이 났지만 적어도 오카야마, 구라시키에서는 여전히 그 시대가 진행 중이다.

옛것과 새것들이 함께 공존하는 구라시키 미관지구(倉敷美観地区)다. 미관지구는 에도시대부터 이어진 흰 벽의 창고와 전통 가옥, 돌길, 구라시키강이 어우러져 일본의 옛 상업도시 풍경을 비교적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거리를 걸으면서 한 가지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오래된 집들의 외벽과 판자 표면에 불을 그을려 탄화층을 만든 것이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야키이타(焼き板, 焼杉)라는 전통적인 목재 처리법이라 한다. 이러한 방식이 이 도시를 더욱 검게 만들고 하얀 회벽과 파란 하늘, 이곳저곳 펼쳐진 데님 컬러까지 대비되어 이곳만의 독특한 색감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사실상 구라시키 미관지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구라시키강과 운하 그리고 강 양옆에 자리한 수양버들.

구라시키에 머무는 동안, 보행로와 수면에 닿지 않도록 전정이 진행되기도 했다. 10월 방문하다면, 사진 속 풍경보다는 확실히 짧아졌을 것이다.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로 인력거를 끄는 샤후(俥夫しゃふ). 교토, 아사쿠사, 구라시키 등 전통이 만나는 어디든 이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인력거를 타고 구라시키 미관지구를 둘러보는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도 꽤 많다. 작지만 동네 곳곳을 오가며 자연스레 이야기를 풀어내는 샤후, 관광 가이드 역할도 대신한다.

나룻배는 인기가 많다. 보통 오전에 방문해서 미리 예약을 해두어야 오후쯤 배를 타고 둘러볼 수 있다. 물론, 구라시키 미관지구 내 숙소를 잡는다면, 관광객들이 몰리기 전에 한가롭게 나룻배를 탈 수도 있을 터.

배를 타면 20분 남짓 구라시키 강을 오가며 경치를 관람할 수 있다. 원래는 물류를 담당하던 배라고 한다. 흑백의 대비 속 풍경을 따라 수양버들 사이사이 느긋하게 즐기는 시간... 다만,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기에 어느 정도 마음에 준비는 해야 한다.

파란색 컬러가 강열한 데님 거리. 미관지구 중심에 있어서 찾는 이가 많다. 무엇이든 데님 컬러가 들어가면 히트작이 된다. 맛있는 찐빵도 파랗고, 푸딩도 파랗고...

평상시에는 결코 관심을 두지 않았을 데님 라이프. 오사야마 구라시키에 온 덕분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관심을 넘어서 데님 셔츠까지 샀다.

평상시 같았으면 무더위에 한참을 걸어 당이 떨어진 상황이라 피노(Pino) 하나를 사 먹었겠지만, 어딜 가던 눈에 띄는 오카야마 백도때문에 아이스크림을 먹게 되었다.

구라시키 미관지구를 천천히 돌아보며 즐기는 시간. 평일이라 생각보다 사람도 적고, 아직은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은 교토와는 달리 차분하기만 하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구라시키역으로 향한다. 화창했던 날씨도 조금씩 꾸물꾸물해지고 조금씩 구라시키가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아직도 호텔 체크인 시간이 남았다. 오카야마에서 20분,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구라시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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